이런 상사는 싫어 - 지나치게 몰아붙인다, 책임 떠넘기고 결정 미룬다
지목당한 당사자는 - 직원 부담 덜어주려 했는데… "인기투표 흐를 것" 반론도
기획재정부(기재부) 고위 관료 A씨는 이달 초 기재부 노조가 실시한 직원 투표에서 자신이 '닮기 싫은 상사'에 뽑혔다는 소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직원들 부담을 덜어주려고 업무 보고는 과장급 이상에게만 받고, 업무를 지시할 때도 부하 직원의 인격을 건드리는 말은 절대 안 하려고 무진 애를 썼던 그다. 그는 "직원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고, 내 심정을 알아주리라 기대했는데 맥이 빠진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에 참여한 사무관들과 행정 주사들이 말하는 A씨의 문제는 "모든 업무를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보고(報告)받기를 원해 직원들이 숨 쉴 틈을 안 준다"는 것이었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100이라는 성과를 내려고 실무 직원들이 200, 300을 준비해야 하고, 이견을 말할 분위기를 허용치 않는다"라고 했다. 이밖에 '닮기 싫은 상사'로 뽑힌 다른 간부들은 "독단적이고 외부의 눈치를 보거나" "책임을 전가하거나"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미루는"점이 지적됐다.
기재부 노조는 매년 12월 '닮고 싶은 상사, 닮기 싫은 상사' 투표를 한다. 2004년부터 시작된 연례행사다. 작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기재부가 비상체제로 운영되면서 투표시기가 올 1월 초로 밀렸다.
하지만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기재부의 한 고참 사무관은 "일을 하다 보면 꼭 사람 좋은 상사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간부 입장에선 악역을 자처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데 이 부분은 무시하고 평가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닮고 싶은 상사만 정하고, 닮기 싫은 상사는 정하지 말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막상 '닮기 싫은 상사'가 됐다면 어떤 점을 되돌아 봐야 할까? 최철규 휴먼솔루션 대표는"존경받는 상사가 되려면 '이 사람이 나의 업무 능력을 발전시켜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직원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유능한 상사가 되려면 칭찬과 경청, 이 두 가지를 꼭 실천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간부들은 유독 이 부분에 인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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