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삼성SDS멀티캠퍼스] 소통과 갈등관리의 기본은 '수평적 세계관'

HSG 휴먼솔루션그룹 2012-04-12


Q.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직업적으로 굳이 설명하자면 세 가지로 나누어 저를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우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한국경제 신문사 기자로 6년 6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최근 3년간 조선일보에 최철규의 소통리더십 칼럼을 썼고 책도 세 권 정도 펴냈습니다. 글쓰기는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던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해 갈 일입니다. 
 
두 번째로 전 강의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만난 CEO와 임원 분들이 대략 3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협상, 코칭, 소통 강의를 많이 했고 중국의 대학과 연계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IGM(세계경영연구원)을 처음 시작할 때는 4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IGM의 임직원 수가 150명이었으니까 지난 9년 동안 열심히 일 한 셈인가요? (웃음) 올해부터는 제 개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 저 자신을 지식 벤처 기업인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Q. 작년까지 IGM 부원장과 협상스쿨 원장으로 계셨는데 세계경영연구원과 협상스쿨 그리고 최근에 설립하신 HSG(휴먼솔루션그룹)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세계경영연구원으로 말하면 CEO 전문 교육기관으로 수강생이 약 3천 명 정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장으로 있었던 협상스쿨은 한마디로 협상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입니다.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교육생을 배출한 셈인데 협상스쿨 졸업생이 만 명이 넘습니다. 
 
휴먼솔루션그룹은 한마디로 소개하면 문제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입니다. 

전 직장에서 강의할 때 보니, 어떤 수강생은 배운 것을 금방 이해하고 조직에 적용하는 반면, 어떤 수강생은 전혀 적용하지 못 하더군요. 그래서 ‘개개인의 성향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더 깊게 적용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인사이트를 얻어 이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요새는 교육뿐 아니라 컨설팅까지 연계하여 조직을,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how to까지 제시하는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협상 스쿨이나 지금 운영하고 계신 휴먼솔루션그룹 모두 소통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사업인데요. 소통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는데 제가 소통을 찾았다기보다 소통이 저에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웃음) IGM에서 강의를 처음 할 때 협상분야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협상과정 강의를 시작할 당시가 9년 전인데 그 때 우리나라에서는 협상한다고 하면 대부분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MBA과정에서는 모든 EMBA과정에 반드시 협상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말이죠. 그만큼 당시 우리나라에는 협상 교육이 전무했습니다. 그래서 협상과정부터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죠. 협상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침내 IGM 협상스쿨을 런칭했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협상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를 하다보니 협상이란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협상의 기본은 소통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깨달은 소통이란 말 그대로 인식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본원리를 깨닫고 나니 이것을 여러 방면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코칭도 바꿔 얘기하면 부하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갈등관리도, 코칭도 세부적인 사항은 다르지만 기본 맥락은 비슷합니다. 이렇게 협상에서 시작해 점차 전문 분야를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Q. 조직에서의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80%의 요소가 CEO에게 있다고 합니다. CEO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CEO를 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CEO 역량의 80%는 소통에 달려 있더군요. 저는 보통 소통에서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소통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잘 듣는 것, 즉 경청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100분 토론을 보면서 출연자들이 말을 참 잘한다고 생각하지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타인의 말을 잘 듣고 그것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소통의 조건입니다.
 
두 번째는 철학입니다. Round Table Spirit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Round Table, 원형 테이블에는 상석이 없습니다. Round table spirit이란 누구나 동일한 인간으로 보는 수평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CEO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우리 직원들은 의견을 이야기를 안 해.’입니다. 직원들과 함께 회의하는데 직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 의견이 없다고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하들의 입을 막는 80%의 원인이 리더에게 있습니다. 리더가 좀 더 수평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겠지요. 그래서 저는 리더의 수평적 세계관이라는 전제 즉 리더의 철학이 자리 잡혀 있어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말씀하셨듯이 현시대 소통의 부재 때문에 발생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부서원,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HR 부서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 HR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문화는 어떻게 만드느냐인데 교육을 진행하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속적인 교육과 실천을 통해 사람 생각의 전제, 즉 인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인식, 의식 바꾸기로 접근하고, 그 다음은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만의 소통 way라든지, 소통 Rule 같은 것들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회의할 때 우리 회사만의 소통 Rule은 이거다.‘란 식의 제도 정립이 필요하고, 그런 것을 조직문화와 결합하여 같이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즉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겁니다. 한 회사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A회사에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칩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갈등관리에 대한 조직 룰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갈등이 생긴 그 순간 풀어야 한다, 갈등은 반드시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 등의 룰 말입니다. 디즈니 같은 경우에는 창조의 방, 논리의 방 등을 운영합니다. 창조의 방에서는 어떤 누구의 방해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지만, 논리의 방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러한 회사만의 소통을 위한 제도 정립이 필요합니다. 




Q. 보통 기업에서 소통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거의 모든 조직이 영업팀하고 지원팀 사이에 잦은 마찰이 발생합니다. 영업팀은 매출 실적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지원팀은 이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마찰들은 구성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CEO나 임원들이 정해준 모순된 KPI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두 팀의 KPI를 섞든지 또는 KPI를 매출 이익 총액 등으로 재설정하면 양 팀이 서로의 역할을 스스로 재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갈등관리학에서는 룰 체인지라고 표현하는데, 이러한 창의적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또 이런 예가 있습니다. 매출이 4천억 정도 되는 중견기업이 있었는데, 이 기업은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명의 임원 특성이 모두 다 제각각인 것입니다. 한 명은 고졸이고, 한 명은 MBA까지 마친 사람이고, 한 명은 서른 살이고, 한 명은 쉰 살이고. 이러다 보니 이 임원들이 모이면 얼마나 시끄럽겠습니까. 임원들 사이의 의견 충돌이 자주 생기니 보다 못한 회장님이 저희에게 1박 2일 워크숍을 설계해 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워크숍의 목표는 임원들이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했던 것이 애니어그램과 MBTI이었습니다. MBTI를 실시하면 본인이 어떤 때에 화가 나는지, 어떤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지표가 다 나옵니다. 워크숍에서 서로의 MBTI 결과를 공유하니 임원들은 서로에게 정말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할 거냐는 등의 얘기를 많이 나누더군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이 사람은 나와 이렇게나 특성이 다르구나’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즉 이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달라서 그렇게 행동했구나를 깨닫게 된 것이죠. 




Q. 대표님 말씀을 듣고 보니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 두 가지에 대한 대표님 생각을 들어보고 싶고, 그 외에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저희는 갈등관리 컨설팅을 처음 시작할 때 Different와 Wrong을 구별하라고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것에서부터 모든 것 갈등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나와 다른(Different)것을 보고 틀리다(Wrong)고 말하는 잘못을 저지르니까요.
앞서 말한 그 회사는 워크숍 후 몇 달 뒤에 회장님께서 저한테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게 된 임원들의 의견 충돌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그만큼 서로에게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different와 wrong을 구별하라’는 전제가 중요한 것입니다. 

갈등관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judgement와 fact의 구분입니다. 많은 사람이 judgement한 다음에 그것을 fact라고 믿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얼마 전 모 방송국에 왕따 문제로 간담회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통계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직장 내 왕따 문제에 대한 통계자료였는데 직장인 10명 중 4.5명이 우리 조직에도 왕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이유 1위가 상대가 회사 일에 적극적이지 않고 소극적이다, 2위는 눈치가 없다, 3위는 자기만 알고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온 이유에 fact가 있습니까? 모두 judgement입니다. 모두 자기 관점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죠. 

심리학을 연구하는 많은 분이 judgement와 fact를 혼동하면 자기가 타인에 대해 미움을 갖고 있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람을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고착화하게 되고 이것이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judgement와 fact를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Q. judgement와 fact를 구별하는 게 관건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fact를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어떤 것이 fact일까요?

그 부분이 참 어렵습니다. 저는 코칭 강의를 할 때 칭찬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칭찬이 아닌 피드백을 하라고 합니다.
칭찬과 피드백도 많이 혼동하는 이슈 중 하나입니다. 칭찬은 고래나 춤추게 하는 것이지 인간에게는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고래보다는 좀 더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칭찬이라는 것 자체가 수직적 세계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칭찬이라는 것이 위에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면서 judgement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피드백이라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수평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엄마는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많이 뿌듯해. 엄마는 기뻐. 엄마는 고마워. 이런 말들은 나의 감정을 동일한 수평선상에서 얘기하는 거거든요. 

제가 코칭 강의를 할 때 CEO에게 상황을 주고 부하한테 피드백을 해보라고 하면 둘 중에 하나에요. 정말 칭찬을 많이 하든지, 혹은 정말 혼만 내든지. 이 모든 것이 다 수직적인 인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칭찬보다는 올바른 피드백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fact입니다. 




Q.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일방적인 교육만으로는 커버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자기가 judgement를 바탕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본인 스스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저는 강의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여주는 프로그램’을 꼭 포함시킵니다. 스스로를 제 3자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장면을 영상으로 찍었다가 나중에 영상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부분은 일방적인 교육으로는 힘듭니다. 교육에 이러한 피드백 과정을 결합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리더십 전문가들은 갈등관리의 방안으로 협상을 제시하곤 합니다. 갈등관리를 위한 협상스킬의 학습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갈등관리와 협상은 사촌지간입니다. 협상학자들이 갈등관리를 많이 강의하고 연구합니다. 왜냐하면 협상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는 양측이 만나서 최적의 조합물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니까요. 갈등관리와 협상관리의 차이가 굳이 뭐냐고 물어보신다면 협상이라는 것은 덜 감정적이고 덜 터프한 이슈라는 것입니다. 서로 필요로 만나는 것이 협상이고 갈등은 굳이 풀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갈등관리 강의를 할 때 훨씬 더 심리학적인 얘기를 많이 합니다. 갈등관리학에서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complex입니다. 나도 모르는 나의 콤플렉스를 상대방이 건들게 되면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자신이 명확히 알고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Q. 그럼 교육에 나에 대한 분석들이 많이 들어가야겠네요?

물론입니다. 갈등관리의 시작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대표적으로 하는 것이 토머스 킬만 모델입니다. 토머스-킬만 유형 5가지가 있는데 그 유형에 따라 맞춰가면서 갈등을 해결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편은 갈등이 발생하면 회피하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부인은 문제가 생기면 얘기를 통해 풀고자 하는 타협형이고요. 이 때 두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남자는 회피하기 위해 사우나로 도망을 갑니다. 그러면 타협형인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이러한 상황에서는 갈등해결이 참 쉽지 않습니다. 갈등해결의 유형도 different 하거든요.
그러니 나의 유형을 알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까도 제가 다름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거든요. 




Q. 저술하신 “협상의 10계명”에서 성공하는 협상이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데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은 무엇일까요?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를 굳이 하나 꼽으라면 항상 Needs를 말씀 드리게 됩니다. Needs 즉 욕구입니다. 협상에서 말하는 제일 중요한 첫 번째 전제가 Position과 Needs입니다.

예를 들면 '이거 개당 5만원 합시다.'가 포지션입니다. 이 포지션의 밑바탕에는 ‘왜 이 사람은 개당 5만원을 원하는가?’라는 욕구가 깔려 있는 거죠.

좋은 협상가일수록 이 Needs에 집중하게 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일 끝나고 집에 갔는데 전업 주부인 아내가 ‘아이들은 사춘기인지 말도 잘 듣지 않고 전셋값도 올려달라고 하는데 몸은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포지션에만 집중한 멍청한 남편은 ‘약을 먹어라, 병원에 가라’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밑바탕에 아내의 Needs는 그게 아닙니다. 아내의 Needs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나지만 그래도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라는 것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Needs입니다. 

더 와 닿게 설명하면 부하직원의 Needs를 모르는 멍청한 리더는 부하직원이 찾아와서 ‘상무님 힘들어 죽겠습니다.’라고 하면 들어가서 ‘좀 쉬어, 집에 일찍 가, 좀 참아.’ 자꾸 이런 얘기를 합니다. 부하가 힘들다고 얘기를 하는 것은 포지션일 뿐이고 그 밑바탕에는 수많은 Needs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니즈 중에 대표적인 것이 ‘전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안 나고 있다. 하지만 나의 노고를 좀 알아 달라.’ 혹은 ‘팀장이 일을 너무 체계 없이 시키니 고려해 달라.’일수도 있습니다. 자기 비전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요. 이런 식의 다양한 Needs가 있습니다. 이러한 Position에 깔린 Needs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Q. Needs는 눈에 보이지 않아 참 판단하기가 어려운데요. Needs를 잘 판단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사람들의 Needs를 파악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 아시죠? [getting more]라는 책을 보면 미국 왓튼에서 협상을 가르치는 저자 다이아몬드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관점 전환이라고 나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저 사람이라면 무엇을 원하겠다. 무엇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겠다.’ 를 예측하면서 바라보는 것이죠.
 
그 다음은 질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러 가서 대학교 동아리 활동에 이 물건을 주문하고 싶은데 이 금액의 반값으로 깎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합시다. 그 때 점원이 저는 그 가격에 이 제품을 드릴 수가 없다고 대답하면 그냥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협상가라면 몇 가지 단서를 갖고 바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거죠. 이 점원의 니즈는 무엇일 것 같나요? 그것은 바로 ‘점원인 나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혹은 나는 회사의 룰을 어겨서 문제를 만들기 싫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아몬드는 질문하라고 말합니다. ‘동아리 말고 대학에 그 가격에 기부할 수는 없냐? 그리고 한 번도 반값에 이 물건을 팔아 본 적이 없냐’고 물어보는 거죠. 점원이 그렇게 말한 의도, 즉 그 점원의 Needs를 명확히 파악하여 그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는 그 점원의 능력만으로 안 되는 경우도 많기에 파악해야 하는 것이 히든 메이커입니다. 멍청한 사람은 저 점원이 의사결정자의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점원은 아무 것도 아니거나 저 점원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상사가 될 수도 있고, 그 외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예인데, 결혼식장에 가보면 여자가 너무 괜찮은데 남자가 너무 아닐 때도 있잖아요. 이럴 때 남자와 누구의 사이가 굉장히 좋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 누군가가 바로 예비 장모님입니다. 장모님이 일종의 히든 메이커거든요. influence maker인거죠.



협상을 하다 보면 항상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히든 메이커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의 Needs 역시 공략 대상이 되는 거죠.
 


Q. 현재 기업들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기업 내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기업의 소통 전략에 대해 한마디 조연을 해주신다면?

채널을 넓히는 것은 좋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일반 커뮤니케이션과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해야 한다는 겁니다. SNS 자체가 말 그대로 Social Network System 아닙니까? 기업 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그 곳을 사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곳으로 변모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코칭, 협상, 위기관리 이런 것들이 해당하는 것인데 이런 것은 다 나름 각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거든요. 커뮤니케이션 대상자가 이해관계자고 목적 자체도 influence를 미치는 게 목적이죠. 

반면에 일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각이 없습니다. influence가 아니라 그저 inform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뿐입니다.
만약 구성원이 조직의 소통을 위한 SNS를 일반 커뮤니케이션 매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조직은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소통 때문에 불필요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워크숍 가서 팀 미팅 한다고 ‘자, 회사한테 불만 있으면 한 가지씩 얘기해보세요.’ 하는 것과 똑같은 질문이라도 ‘우리 회사가 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개선점을 같이 얘기해 봅시다.’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개인적인 일반 커뮤니케이션은 일기장에 적으면 되는 것입니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준 없이 SNS를 소통의 툴로 사용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 SNS는 전략적인 체계와 기준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활용해야 합니다.



Q. 3월부터 삼성 SDS 멀티캠퍼스에서 “갈등관리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시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점으로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많은 갈등관리 강의들이 그라운드 룰 즉 해결책부터 가르치는 방식을 많이 택합니다. 

반면에 저 같은 경우는 원인부터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돌팔이 의사한테 가서 몸이 아프다고 얘기하면 의사는 누구에게나 같은 처방전을 제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체질이 다르고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처방전을 주면 안 되는 거죠. 갈등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갈등이라는 것은 원인에 따라 처방전이 상이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원인을 분석한 뒤 그것에 맞는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갈등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합니다. 첫 번째는 사람에게서 오는 갈등이고, 두 번째는 일에서 오는 갈등입니다. 일에서 오는 갈등도 원인이 세 가지가 있고 사람에게서 오는 갈등도 원인이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원인에 따른 해결책을 주는 게 저희의 차별화된 교육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본인의 갈등문제를 과정을 수강하실 때 가지고 오셔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에는 해결책을 같이 찾아내어야 합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심리학적으로 상당히 많이 다룰 겁니다. 내면의 근원적인 얘기들이나 콤플렉스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Q.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에게 존경 받는 훌륭한 리더의 자질 중의 하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리더는 한마디로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비전이든 보상이든, 실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가르침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무언가를 주어야 합니다. 정 안되면 밥이라도 많이 사줘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적 갈등이든, 일로 인한 갈등이든, 사람으로 인한 갈등이든지간에 갈등이 늘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그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왕따 문제에 대한 토론을 준비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우리나라 왕따 문제 중 가장 큰 문제가 선생님들의 방관입니다. 단 한 번도 갈등과 관련한 미디에이션 즉 중재 경험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게 되는 겁니다. 

갈등관리를 하는 것은 리더의 숙명입니다. 리더가 ‘갈등관리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기 싫다.’라고 말하는 것은 난 이제 더 이상 리더를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주는 리더, 갈등을 잘 중재하는 리더가 훌륭한 리더가 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최철규 대표의 소통 이야기가 어렵지 않다고 느꼈던 것은 최철규 대표가 순간순간 발휘한 소통 능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몸에 배인 매너 같은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듯한 배려 같은 것이었다. 그는 사람을 대할 때 수직이 아닌 수평적으로 대하고 있었고 그것은 그의 말과 행동에도 그대로 묻어 나왔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가이드를 제시한 그의 인터뷰를 마치며 2시간 가까이 소요된 인터뷰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나도 그의 강의를 통해 나를 찾고, 타인과의 관계를 진단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최철규 대표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인터뷰: 삼성SDS멀티캠퍼스





Powered by Froala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