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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직원·고객 마음 사로잡는 '득심(得心)의 리더십'

HSG 휴먼솔루션그룹 2012-04-12

 


WBC 준우승 이끈 김인식 감독의 경영학 
자신을 철저히 비우고 선수 선발 과정 임해 
부진한 선수에 화 안내고 끝까지 믿는 신뢰 돋보여
 

"명량대첩에서 단 13척의 배로 일본 대군을 물리친 이순신 파워의 가장 큰 원천은, 병사와 백성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존경과 열정을 이끌어낸 '득심(得心)의 리더십'이었습니다."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의 저자인 지용희 서강대 명예교수(경영학)는 "김인식 야구 대표팀 감독의 힘도 똑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식의 리더십과 경영학'이 화제다. 4강 진입도 어렵다는 팀을 세계 최정상 문턱까지 이끌고 간 그에게 이제 최상급 칭송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라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지휘 비결을 두고 '커뮤니케이터', '믿음과 배려', '선택과 집중' 등 경영학 용어까지 동원되고 있다. 
 

① 자신을 비운 득심(得心)의 경영학 
컨설팅사인 올리버와이먼 정호석 서울지사장은 "김인식 감독은 조용히 순리에 따르고 자신을 철저히 비우는 '공(空)의 리더십'을 통해 동료(선수)와 고객(팬)의 마음을 감쪽같이 훔쳐내는 최고급의 득심 경영자이자 지도자"라고 말했다. 팀 선발 과정에서도 김 감독은 자신을 비웠다. 그가 맡고 있는 팀(한화) 소속인 이범호·김태균 선수의 선발을 오히려 더 신중하게 진행해 "역시 김인식 감독은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판을 얻었고, 리더십의 기반으로 삼았다. 
 

② 위대한 커뮤니케이터 
김 감독은 2004년 말에 닥친 뇌경색 때문에 표정도 어색하고 걷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그는 코치나 선수들과 어울리는 대화 시간을 거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광훈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김 감독은 스킨십과 비공식 소통(疏通)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체득하고 있는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했다. 

준결승을 앞두고도 그는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는 인터뷰로 화제를 낳았다. 소속사인 한화 그룹의 슬로건(Great Challenge 2011)을 차용한 이 인터뷰에 대해 이 교수는 "선수단과 국민의 뇌리에 꽂혀 큰 반향을 일으킨 명쾌한 메시지"라고 평했다. 

김 감독은 "일요일에 휴간하는 국내 신문을 위한 배려"라며 '준결승 선발 투수(봉중근)'를 일정보다 하루 먼저 예고하는 대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선수 개별 인터뷰는 지양해달라"고 언론을 설득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③ 믿음과 배려와 '내 탓'의 리더십 
김 감독은 한번 보낸 신뢰는 웬만해서 거두지 않는 믿음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추신수 선수에게 꾸준하게 보낸 믿음과 신뢰는 준결승과 결승의 홈런으로 꽃을 피웠다. 소속팀에서도 그의 믿음 덕분에 부활한 부상 선수가 줄을 잇자 '재활공장장'이란 별명을 얻었을 정도. 

그는 또 음지(陰地)까지 배려하는 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 감독은 부진한 선수에게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사람이 던지는 건데 왜 못 치겠어? 천천히 해봐" 하는 식으로 격려한다. 지난 15일 대표팀에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중간 격려금이 나오자 "훈련 보조 요원까지 꼭 챙겨주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는 이겼을 때는 늘 "선수가 잘했다"고 공을 선수에게 돌리지만, 졌을 때는 "감독 작전이 틀렸다"고 인터뷰하는 '내 탓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평이다. 
 

④ 선택과 집중을 아는 양수겸장 리더 
"전략의 핵심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하는 데 있다"는 전략 경영의 거장 마이클 포터(Porter) 교수의 말처럼 이번 대회에서 김 감독은 포기에 능숙했다는 지적이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김 감독은 초점 분석과 정확한 상황 판단을 통해 절묘한 선택과 집중의 경영을 했다"고 지적했다. 

1라운드 첫 한일전 14대2 콜드게임 패배가 좋은 사례다. 김 감독은 한일전 대패에 쏟아질 국민적 원성을 감수하고 질 경기를 일찍 포기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이길 경기에 에너지를 집중한 덕분에 결국 결승 진출이 가능했다. 

최철규 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은 "김 감독은 모든 것을 맡기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식의 '위임형 리더십'과 결정적일 때 수비 위치까지 챙기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식의 '관리형 리더십' 면모를 두루 갖췄다"며 "요즘 같은 격변기에 필요한 양수겸장형 지도자"라고 말했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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